필리핀 인터넷 속도의 격세지감(23)

2006년도 첫 발을 내디딘 후 10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 갔습니다.

그 때 그 시절, 사무실 업무를 보기 위해 PLDT, BAYANTEL, GLOBE 등의 통신회사 가입을 전전하며 조금이라도 빠르고 안정된 인터넷 서비스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기억이 납니다.

혼자 지내던 시간들이 많아 영화나 다운받아 보려던 그 엄청난(!) 시도들, 그 당시 800메가 짜리 영화 한편 걸어 놓으면 3일째 되던 날 설레이며 볼 수 있었던...상태 좋으면 이틀 만에 볼 수도 있었습니다.

살인적 속도 하의 영화나 드라마 다운에 지칠 때 쯤이면 말라떼와 마카티 뒷 골목엔 비디오 가게가 있어 DVD로 구운 저화질 영화들을 빌려 보며 휴일을 보내던 기억들이 선 합니다.

그런 시절들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그것으로 격세지감을 느끼는 일이 이번 주 우리 집에 있었습니다. 글로브 5메가 짜리에 총 다운 용량 60기가로 제한되어 있는 상품을 툴툴 거리면서도 2년 여 사용했는데 이게 심심하면 글로브에서 문자질을 해 댑니다. 지금 시각 부로 몇기가 사용했으니 약정까진 몇 기가 남았다, 다 쓰고 나면 속도저하를 경험할 것이다, 그러니 알아서 아껴 쓰거라! 뭐 이런 말도 안되는 협박성 문자질...그러니 1,000페소 더 주고 50 메가 광속에 무제한 다운로드를 광고하는 콘도 내 스탠딩 부스를 내가 그냥 지나칠 리가 없죠. 바로 그 자리에서 뒤도 안 돌아 보고 업그레이드 신청을 했습니다. 

설치하기로 한 그 날!

어드민에서 워킹 퍼밋을 받아 가드에게 제출한 후 글로브 테크니션 둘을 저희 집에 들였습니다. 화웨이에서 만든 모뎀 겸 라우터가 인스톨 되고, 광케이블을 통해 콘도까지 도착, 터미널에서 뿌려 진 구내선을 그기다 연결했습니다. 최종적으로 다시 컴퓨터에 라우터에서 나온 노란 랜선을 연결하고 세팅 했습니다.

이거 가슴이 진정이 안되더군요, 정말 꿈의 속도(필리핀에선)라 부를 만 한 50 메가가 나올까...? 속도측정 사이트에서 스타트 버턴을 눌렀습니다. 와우! 핑이 팡 하고 올라 가더니, 이거 정말 꿈 같네요, 다운로드 49.8 메가를 찍습니다. 업로드는 그 절반까지 올라 와 줍니다. 글로브 인스톨러 말이, 적어도 약정속도의 80프로 까진 보장해 준다네요. 2.4기가 용량의 영화 '신의 이름으로' 를 다운받기 위해 토런트에 그 시드를 걸었습니다. 거짓말 안 보태 10분도 채 되지 않아 그 어마어마한(필리핀에서) 용량의 영화가 다운완료! 되었다고 앨러트를 울려 댑니다.

인터넷 속도 땜에 10년간을, 어~필핀!!! 하며 투덜댔는데, 이게 한 순간 상황이 바껴 버렸습니다. 어제는 잠깐만에 다운 받은 3편의 HD 고화질 영화를 다 보고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습니다.

뭐, 이런 걸 가지고 내가 행복해 하는지, 한심 스럽죠! 그래도 10년의 격세지감을 느끼는덴 무리가 없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적어도 저에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