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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팁 이야기, 2(完)- 당신이 10달러를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14)

Views : 25,841 2020-10-07 18:48
자유게시판 127500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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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 요약

 

관광객을 대상으로 필리핀 여행 가이드가 하는 '팁' 관련 멘트의 핵심은 이거다.

 

가이드.jpg

 

첫째, “팁 좀 내라.”

둘째, “제발 좀 내라”

셋째, “1달러밖에 안 되니 꼭 좀 내라”

 

가이드를 시작한 초기에는 여행사 족보만을 달달 외워, 진리인 양 앵무새처럼 떠들기만 했다. 가이드 생활을 하며, 필리핀의 팁 문화에 대해 공부를 해보니 여행사 족보의 내용은 많이 왜곡된 것임을 알게 됐다.  

 

일반적으로 필리핀은 미국과 같은 팁 문화가 없다. 현지인 부자들은 팁을 주곤 하는데, 그 의미는 '적선'이다. 현지인 입장에서 '팁'을 준다는 건 베푼다는 뜻이고 우월하다는 뜻이다. 일반 서민들도 "나는 가난하니 받는 게 당연해"라는 마인드이다.

 

자율적인 팁은 있을지언정 미국 같은 고정된 '팁 문화'라는 건 없다. 그렇다면 왜? 가이드들은 그렇게 목청 높여 "미국식 팁 문화"를 강조하며 관광객들에게 '매너 팁'을 내놓으라고 강요할까? 

 

 

 

왜 가이드는 팁을 강조할까

 

답은 쉽다. 

 

필리핀돈.JPG

 

'팁'에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돈' 때문이라는 뜻이다. 

 

가이드 초년병 시절 내가 실제로 겪은 ‘팁’ 관련의 일화를 하나 소개하겠다. 

 

한 번은 손님 10명쯤을 차에 태우고 마사지를 갔다. 통상적으로 세부에서 마사지사의 팁은 1달러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멘트를 한다. 

 

“1시간 이하로 마사지 받으시는 분은 1달러, 1시간 이상은 2달러, 내가 몸이 좀 크거나 발이 좀 크다 싶으신 분은 +1달러입니다. 마사지가 마음에 안 들어도 '매너 팁' 1달러는 무조건 주셔야 합니다. 마사지숍에서 불편한 일이 생기면 제게 직접 이야기하세요. 제가 사장님 통해서 적절한 조치를 하겠습니다." 

 

그날도 이런 비슷한 멘트를 하며 마사지숍으로 향했다. 그런데 마사지가 끝난 후 호텔로 돌아오는데 뒤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손님 1: “야! 나 팁 안 줬어! 애가 생긴 것도 맘에 안 들고 뭐 잘하는 거 같지도 않고 해서!”

 

손님 2: “뭐? 마사지사 얼굴 보고 마사지 받냐? 퇴폐도 아니고..”

 

손님 1: “팁 주는 건 내 맘이야... 무조건 주는 게 어딨냐? " 

 

나는 그 대화를 듣고 기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다. 그리고 손님들에게 “마사지숍에 문제가 있어서 잠시 돌아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기사에게 말했다. 

 

달리는 버스.JPG

 

“차 돌려라!!!”

 

차를 돌려서 마사지숍으로 돌아가는 중에 마사지숍의 한국인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가이드님, 저... 손님 몇 분이 팁을 안 주고 가셨는데요. 죄송하지만...”까지 듣고 대답했다. 

 

“사장님 돌아가고 있어요.”

 

손님들은 차에 남겨 두고 마사지숍 사무실에서 사장을 만났다. 팁 못 받은 마사지사가 몇 명인지 물어보고 내 돈으로 팁을 계산했다. 호텔로 돌아가는 동안 손님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창밖을 보고 있었고, 나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마사지숍으로 돌아간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누구도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그날 돌아가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팁은 강제 조항이 아니잖아. 그런데 내가 이렇게 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며칠이 지난 후 마사지숍 사장을 만나 이 일에 대해서 물어봤다. 그랬더니 가이드가 팁을 주지 않으면 마사지숍 사장이 직접 팁을 준다고 했다. 다른 사장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자신은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마사지사들 관리가 안 된다고 했다. 

 

관광지의 한국 가게들은 미국의 레스토랑들처럼 팁으로 일정 부분의 임금(수당)을 대체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행사는 마사지숍에 많은 손님을 넣어 줄 것을 약속하고 마사지의 원가를 깎고, 마사지숍 사장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마사지사들의 임금을 깎는 것이다. 

 

이렇게 발생하는 마사지사 임금의 부족분은 관광객들이 팁으로 보충을 한다. 그러니 만약 손님으로부터 팁이 나오지 않으면 여행사와 마사지숍은 모두 힘들어진다. 이래서 여행사는 가이드를 열심히 교육해서 관광객이 보다 쉽게 팁을 낼 수 있게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한국 여행사의 이런 수익구조는 이미 30년도 넘게 동남아시아의 관광지에 뿌리 내려 있다. 이런 방식이 오랫동안 이 바닥에서 자리를 잡고 있으니 이제는 바꿀 수도 없고 바꿀 이유도 없게 됐다. 솔직히 손님이 많으면 마사지사들에게 고정급보다 이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런데 늘 손님이 많으라는 법이 없으니 문제이다.

 

필리핀마사지사.jpg

 

모든 자본가는 원가를 줄이고 싶어 한다. 원가를 줄이는데 인건비를 줄이는 것보다 좋은 건 없다. 자본가의 측면에서 보면 ‘매너 팁’의 허울을 쓴 ‘강제 팁’은  임금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니 이 방식이 유지되는 것이다.

 

참고로, "매너 팁(Manner Tip)"이라는 단어는 영어사전에 없는 단어이다. 이건 한국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여행사에서 만들어낸  '콩글리시' 합성어이다. 결국, 내가 입국 멘트에서 몇백 번을 떠들었던 필리핀의 '매너 팁'은 “미국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미국식 팁 문화’가 아니라,  한국 여행사에서 만들어낸 임금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정리하자면, 

 

첫째, “필리핀에 '미국식'의 팁 문화가 있나?”

 

답: “없다!! 하지만 ‘팁’과 유사한 ‘기부 또는 적선(積善)’의 문화는 있다.

 

해설: 필리핀에도 팁은 있다. 이것은 기부문화에 뿌리를 둔 부자들의 특권 의식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부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돈이 아까운 사람은 팁을 안 낸다. 단, 필리핀에서는 ‘팁’을 내면 부자이거나 매너 좋은 사람으로 좋은 대우를 받는다.

 

둘째, “한국 관광객이 ‘매너 팁’이라 불리는 1달러를 안 내면 욕을 먹을까?”

 

답: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안 내면 욕먹는다.

 

해설: 현지인이 운영하는 업소에서는 '팁'은 내지 않아도 무방하다. 단지, 팁을 내면 미소와 친절함을 돌려받을 것이고, 안 내면 무표정이 돌아올 것이다. 문제는 그들은 한국인을 비롯한 모든 외국인은 부자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

 

 

필리핀에 팁문화는 없지만, 여행시 팁 주는 것을 권장한다 

 

현지인 마사지숍에서 마사지를 받으면 마사지가 끝난 후, 따뜻한 차와 함께 “Tip, Please”라는 메모를 놓고 나간다. 그 메모지 위에 현지인들이 얼마나 팁을 놓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보통 1달러(50페소)를 놓고 나오지만, 가끔 잊어먹고 안 놓고 나올 때도 있다. 이럴 때, 팁 관련 항의를 받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필리핀을 조금만 돌아다녀 봐도 관광지와 유흥지역을 제외하면, 팁을 바라는 곳이 없다는 것을 쉽게 알게 된다. 조금만 도시를 벗어나면 ‘팁’이라는 건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필리핀에는 강제적인 '팁 문화'라는 건 없다고 해야 맞다. 하지만 관광객이라면 "팁"을 성실히 지불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필리핀에서 조금만 생활해 보면, 그럴만한 이유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필리핀식당.JPG

 

‘세부 시티’에 사는 후배와 식당을 갔을 때 있었던 일이다. 식사가 끝나고 나오는데 후배가 테이블 위에 팁으로 100페소(2달러)를 놓고 나오는 것이었다. 참고로, 세부 시티는 관광지가 아니다. 평범한 대도시다.

 

나  : “팁을 왜 그렇게 많이 줘?

후배: “내 맘이에요.”

 

나  : “야 그거 버릇돼. 뒤에 오는 손님에게 안 좋아.”

후배: “형 진짜 한국 사람 맞구나.”

 

나  : “그럼 넌 외국 사람이냐?”

후배: “형은 진짜 필리핀에서 팁을 많이 주면 팁이 자꾸 올라갈 거라 생각해?”

 

나  : “그거 당연한 거 아냐?”

후배: “진짜 가이드 맞네, 가이드 맞아!! 형은 필리핀에서 팁이 1달러로 굳어진 게 언제부터라고 생각해?”

 

나  : “글쎄?

후배: “내가 아는 한 30년도 더 됐어. 근데 내가 지금 2달러(100페소) 놓고 나와서 버릇이 나빠진다고?”

 

나  : “어쨌든 니가 시작해서 버릇이 나빠질 수도 있잖아.”

후배: “형, 한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사람들이 팁 박스에 돈 넣는 거 본 적 있어? 형은 넣어 본 적은 있고?”

 

팁박스22.jpg

 

나  : “...... 없어..”

후배: “근데 뭐가 버릇이 나빠져. 식당 사장님에게 물어보니까 10팀 중에 한 팀도 팁 넣고 가는 손님이 없대. 한국인이든 필리핀인이든.”

 

나  : “그러니까 안 내는 게 맞지”

후배: “그러니까 나는 내겠다고, 우리가 밥 먹으면서 이것저것 심부름도 많이 시키고, 테이블도 지저분하게 했는데 팁 2달러 못 주냐? 팁 1달러만 더 줘봐 나갈 때 얼마나 당당해 지는 데... 팁을 많이 주면 버릇이 나빠지니 어쩌니 하는 건 술집에서나 하는 소리야. 팁 1달러 내면서 뭔 소리래? 여긴 술집이 아니라고..." 

 

나  : “.......” (할 말이 생각이 안 남)

후배: 한국에서 팁으로 천 원 줄 수 있어? 여기선 50페소(천 원)만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 왕이 돼. 그럼 100페소(2천 원)를 내면 어떻게 되겠어? 황제가 될 거 아냐? 훨씬 멋진 사람으로 보이게 된다고.. 내가 돈 2천 원 내고 멋지게 보이고 싶다는 데 뭐, 문제 있어? 팁을 더 주면 버릇없어진다는 건 돈 주기 싫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변명 같은 거야. 정찰제에 익숙한 한국식 마인드라고. 여긴 필리핀이야 필리핀 부자들은 그러지 않아.”

 

나   : “그건 니 생각이고 쟤들은 멋지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라고 생각할 걸?”

후배: “그렇지 않을걸? 쟤들은 아마 내가 부자라고 생각할 거야.”

 

나   : “그건 알 수 없지”

후배: “어쨌든 나는 상관없어. 나는 저 웨이터들의 월급이 얼만지 알고 있고, 그 애들을 돕고 싶거든. 그리고 난 쟤들 서비스가 진짜 고맙거든 그래서 서비스 비용으로 내는 100페소(2달러)가 아깝지 않아. 그것도 형 거까지 2명분이잖아.”

 

나   : "........"

 

나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지만 맞는 말 같기도 하고 틀린 말 같기도 해서 대꾸할 수가 없었다. 신기한 건 그 뒤로, 나도 식당이나 세차장, 마사지숍 같은 곳에 가면 팁을 후하게 주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 봐야 천 원 한 장 더 주는 건데, 돌아서 나올 때 기분이 꽤나 우쭐해지는 건 분명했다.  

 

팁을 주게 되면서, 서비스의 질도 구분 할 수 있게 됐다. 나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친구에게는 아무래도 팁을 적게 주게 되고, 좋은 서비스를 받았을 때는 아낌없이 팁을 줄 수 있었다. 

 

 

필리핀의 가난은 구걸을 정당화시킨다

 

필리핀은 1억 이상의 인구를 가진 나라이지만, 기반 시설이 잘 갖추어진 대도시는 몇 안 된다. 대도시라는 곳도 정전이 되거나 단수가 되는 일이 흔하다. 나라에 돈이 없다 보니 기초적인 시설에 넉넉하게 투자하지 못해서 그렇다.  한국과 GDP 차이가 10배 이상 나지만 물가는 10배 이상 싸지는 않다. 이 말은 물가가 무척 비싸다는 뜻이다. 

 

‘적은 수입’과 ‘비싼 물가’는 필연적 가난을 의미한다. 적선(積善)이든 뭐든 한 푼이 아쉬운 사람들이다. 

 

예전 마닐라의 ‘리잘 파크’라는 공원에서 혼자 벤치에 앉아 있을 때 일이다. 

 

리잘 파크.jpg

▲필리핀 독립 영웅 호세 리잘의 유골이 안치된 기념비. 필리핀 마닐라의 리잘 공원에 위치한다.

 

예쁜 옷을 입고 지나가던 5살쯤 된 소녀가 엄마, 아빠의 손을 놓고 내게로 뛰어오는 것이었다.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그 소녀가 내 앞에 와서 손을 내밀며 대뜸 외쳤다. 

 

“원 달러!” 

 

내가 놀라서 그 소녀의 엄마 아빠를 바라보자 그들은 가만히 서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어처구니없음과 민망함으로 그 자리를 황급히 떠났고, 소녀는 다시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갈 길을 갔다. 내가 이 이야기를 가이드 선배에게 했더니 선배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선배: “왜? 1달러 한 번 줘보지 그랬어?”

 

나 : “그랬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엄마 아빠에게 혼나지 않았을까?”

 

선배: “뭔 소리야? 엄마, 아빠가 손뼉 치며 잘했다고 했을걸?”

 

나  : “설마!!!???”

 

선배: “아직도 필리핀을 잘 모르는구나, 가난은 구걸을 정당화시켜...” 

 

나  : “......”

 

2020년 10월이면 “세부(Cebu, Philippines)”에 ‘락다운(Lockdown)’이 발령되고 “이동 제한”이 시작된 지 6개월이 된다. 현재 필리핀은 판데믹 속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락다운(Lockdown)이 시행되고 있는 나라이다. 이로 인해 필리핀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가난해졌고, 사람들은 훨씬 더 피폐해졌다. 

 

가난.JPG

 

아이러니한 것은 사람들의 이런 고난과는 달리, 바다 생물들은 행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부러진 산호초 사이에 니모를 비롯한 열대어들이 다시 떼를 지어 몰려다니기 시작했고, 바다거북, 고래상어, 가오리들이 개체 수가 늘어났는지 세부 앞바다에서 자주 눈에 띈다고 한다. 

 

몇 달 전만 해도 인간들의 뱃길 때문에 보호구역을 벗어나지 못했던 바다 생물들이 6개월 이상 보트들이 다니지 않자 해안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이 손대지 않으니 자연은 순식간에 부활을 시작한다. 세부가 이전보다 훨씬 아름다워지고 있는 것이다.

 

2020년 상황을 보면 언제 인간이 다시 ‘여행’이라는 것을 떠날 수 있을지 막막하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처럼 해답을 찾을 것이고, 다시  비행기를 타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멋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세상에 흔치 않다. 다른 나라의 역사를 배우고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큰 즐거움 중 하나다.

 

 

나는 팁 멘트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필리핀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서비스를 받을 때, 고마운 마음을 주저하지 말기를 부탁드린다. 이건 ‘팁 문화’가 있고 없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여행자로서 서비스를 받는 것에 대한 마음가짐에 관한 이야기다. 

 

노팁.jpg

 

"매너 팁은 필리핀에 없는 부당한 문화이니 나는 안 주겠어.", "나는 낼 거 다 냈는데 왜? 팁을 더 줘야 해?"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관광객이 팁을 내지 않으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현지인 노동자들이다. 관광업계에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 임금 없이 일한다. 한국인 가이드만 해도 월급이 없고 가이드와 함께 움직이는 현지인들도 고정적인 급료를 받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가난한 나라로 여행을 떠날 때는 정찰제를 신봉하는 코리안의 마음보다는 서비스를 고맙게 받아들이는 ‘나눔’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 여행을 즐기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1달러는 적은 돈이지만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금액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구걸하지 않고도 서비스의 대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나는 ‘팁 멘트’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가이드가이드3333333333333333333.jpg

 

“손님들이 여행하면서 팁을 인당 10달러(약 1만 원)씩만 쓴다면 여기서 왕처럼 지내실 수 있을 겁니다. 만약 20달러(약 2만 원)를 쓴다면 어떻게 될까요? 황제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 팁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될 때는 그냥 주세요. 그렇게 해도 1달러짜리 20장을 4일 동안 다 쓰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팁은 한 번에 많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주 줄 때 그 힘을 발휘합니다. 그러니 자주 주세요. 만약, 여러분이 이번 여행에서 1달러 20장이 부족할 만큼 팁을 쓴다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멋진 여행이 될 겁니다.”

 

나는 이렇게 약간의 과장을 섞어서 팁 멘트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10년 넘게 패키지 가이드 생활을 하면서 인당 20달러 이상의 팁을 쓰는 사람을 몇 명 만나지 못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술집에서는 사람들이 달라진다.  

 

끝으로, 마지막 날 공항에서 내 손을 꼭 잡고 1달러 지폐를 쥐여주시던 할머니를 생각하며 이 기사를 마칠까 한다. 

 

가이드(나): “어머니, 저한테는 이거 안 주셔도 돼요.”

 

할머니 : “괜찮아, 받아! 자네도 고생했잖아.”

 

가이드(나): “저한테는 1달러가 아니....”

 

할머니 : “어허~~ 괜찮다니까 넣어 둬!!!”

 

가이드(나): “네, 감사합니다.”  ㅠ.ㅠ

 

나는 할머니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출국장에서 나왔다. 옆에서 보고 있던 현지인 직원이 얼마나 웃어대던지. 

 

그동안 1달러 팁을 다섯 번 정도 받아 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초등학생 꼬마가 준 1달러 팁이었다. 착한 사람을 만나는 건 행복한 일이다. 가끔 만나는 그런 사람들 때문에 가이드를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럴 수 있는 때가 다시 오기를 바란다. 간절히 바란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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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 [쪽지 보내기] 2020-10-07 18:55 No. 1275005645
팁 조금 이라도 주고나면 마음은 편하다.

그런데 주고싶지않을때도 있다,ㅎ
ooiu [쪽지 보내기] 2020-10-07 19:15 No. 1275005658
누군가에게 주는것은 기쁨입니다
열공시대 [쪽지 보내기] 2020-10-07 19:38 No. 1275005670
좋은 글 잘보았습니다. 저도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청이 [쪽지 보내기] 2020-10-07 19:54 No. 1275005684
팍상한 갔을때 생각이 나네요
너무힘들어 보여
말도 되지 않지만 내가 밀어드릴까
하는 생각이 되는데 패키지다 보니
다른사람들 눈치보느라 더 드리지 못했네요
오늘 글을 보고 다음에 필리핀 갈땐
꼭 참조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글 감사드리며
항상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스마트필고 [쪽지 보내기] 2020-10-07 20:12 No. 1275005690
우리나라도 고깃집이나 일식 횟집 가면 팁 주는 분들 있습니다. 서비스가 좋아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거겠지요. 필리핀도 마찬가지로 서비스가 좋으면 팁을 주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의 질에 따라 팁의 양을 정하고요. 뒤통수가 뜨겁더라도 서비스가 안 좋을때는 과감하게 팁을 조금이나 안 줘도 되구요.

앙헬레스에서 모 빵집에서 빵사는 데 팁 안 주냐고 그것도 2번씩이나 용감하게 말하던 캐시어가 생각나네요. ㅎㅎ "네가 나한테 뭐 한게 있다고 팁을 달라하니? 캐시어가 돈 바꿔주는 건 당연한 네 일이고 특별한 서비스가 아니라서 팁을 안 줄란다" 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단독 [쪽지 보내기] 2020-10-07 20:13 No. 1275005691
주는 행복감이 크죠.

뭐든 줄때가 좋더라구요. 우와 글이 넘 길어요.ㅎ
parmirs [쪽지 보내기] 2020-10-07 20:14 No. 1275005698
사실 마사지건은 업주의 욕심이라고 봅니다.
정말 줘야하는데 샐러리를 안주거나 아주 적게주고 손님으로부터 팁으로 메꾸면 당연히 인건비가 많이 차지 하는 마사지 업주는 수익이 많이 남지요. 인건비가 거의 안드니...
Jaejun [쪽지 보내기] 2020-10-08 06:11 No. 1275005915
@ parmirs 님에게...
평소에 손님이 없는 가게 일 경우
마사지사들 계속 놀아서 돈 못버는거보다
그런식으로라도 일을 만들어주는게 낫지 않을까요?
Koreankuya [쪽지 보내기] 2020-10-07 20:52 No. 1275005734
보라카이에 갔을때 방 준비가 안돼있어서 리조트 부페에 앉아서 밥이나 먹으면서 기다리자 하고 밥을 먹고 있었네요. 그곳 매니져가 와서 불편한게 없냐고 묻자 와이프가 피곤해 죽겠는데 방이 준비가 안됐단다 하면서 이야길 했고 그 친구는 자리에 앉아 있어라 자기가 서빙해 주겠다 하더라구요. 그리고는 우리가 자리 뜰때까지 말동무를 자처해 줬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체크인 할때 손에 500 페소를 쥐어줬습니다. 그 다음날부터 조식 시간에 내려가자 에어컨 앞에 간단한 음식들을 준비해 놓고 너희들 자리를 준비해 놨어 라고 하더라구요. ^^
Korean kuya
유튜브 코리안 꾸야
요리, 맛집 소개, 육아
https://youtube.com/channel/UCuUIgxW4Ofkaqaw3IBaQk2w
mayon [쪽지 보내기] 2020-10-07 21:00 No. 1275005745
글쓴님의 업무 특성상 여행업 위주의 시각이라서 일부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오랜만에 진중한 글을 대했고 또 덕분에 팁이라는 이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저도 약간은 넉넉하게 주는 편이라서 식당 테이블에서 일어나며 와이프와 짧은 갈등을 격기도 합니다.
마사지는 50페소를 기본으로 하고 정말 성심껏 잘 해주는 친구들에게 100페소를 주기도 합니다.
그외에 주차장까지 무거운 물건을 들어다 주는 슈퍼마켓 친구들에겐 20페소 쯤 손에 쥐어줍니다.

팁이란 것이 잘 사용하면 서비스의 질을 올리지만 자칫 팁만을 바라며 서비스는 신경도 안 쓰는 실망스러운 경우도 만들기에... 양날의 칼인 건 확실한 듯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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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장 [쪽지 보내기] 2020-10-07 21:33 No. 1275005761
긴 글 잘 읽었습니다. 유익한 정보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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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찬하루 [쪽지 보내기] 2020-10-07 23:49 No. 1275005808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plain [쪽지 보내기] 2020-10-08 03:55 No. 1275005887
글솜씨가 좋으시네요 부럽습니다
좋은글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트리큰 [쪽지 보내기] 2020-10-08 17:03 No. 1275006390
팁이란 정인것 같아요..그게 누가 되었던. 매번 필리핀 갈때마다 숙발일수만큼 1달라를 준비해 놓구 매일 침대위에 올려놓아요. 그러면 다음날 없던 과일서비스가 ㅎㅎ 1달라 값어치 하더군요.
여유 있으면 많이 올려놓고 싶지만 잘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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